[수필] 마추 픽추와 파이크스 픽
뉴저지에 사는 70대 중반의 처형 부부가 페루 잉카 문명지를 등정했다. 모두 11명의 산악회 일행이 4주정도 캠핑을 하면서 서너 개의 높은 산들을 차례로 등정했다. 일행중 7명이 여성이었는데 용기가 대단했다. 산을 오를 때 고산증으로 호흡곤란이나 구토, 두통이 심했을 것 같다. 동서가 직접 제작해 유튜브에 25분짜리를 영상을 올렸다. 산안토니오 (해발 4990미터)산은 백두산보다 한배 반이나 높은 곳이다. 영상에는 3명의 현지 가이드와 23필의 말이 보였다. 길을 잘 아는 가이드와 이들이 인솔한 말들이 무거운 짐을 나르거나 지친 사람들을 태워 어렵게 보이는 긴 산행을 안전하게 도왔다. ‘카우하코차’라는 곳은 옥색 호수에 눈 덮인 설산이 수면위에 비치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마추 픽추’(Machu Pichu)는 잉카제국의 고대 요새도시다. 백두산보다 불과 300미터 정도 낮은데 15세기에 이런 높은 산에 도시를 세웠다는 게 경이로웠다.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알래스카를 제외하고 본토에서 가장 높은 산은 남가주의 휘트니산이다. 세코이아 국립공원 동북쪽에 있는데 높이가 4421미터다. 몇 년전 처형부부가 동료 산악인들과 함께 무거운 배냥을 매고 며칠 등반을 했다. 처형이 나중에 하는 말은 무거운 짐을 매고 일행과 함께 움직이느라 매우 힘들었다고 했다. 우리 부부는 남가주에 살지만 아직도 휘트니 산을 가보지 못했다. 대신 휘트니에 비해 불과 120미터 낮은 다른 높은 산에는 다녀왔다. 힘들게 걸어 등산한 게 아니고 자동차를 타고 편안히 다녀왔다. 콜로라도 스프링에서 파이크스라는 사람이 발견했다고 해서 그의 이름이 붙여진 ‘파이크스 픽(Pikes Peak)’이다. 차로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이곳은 1916년부터 매년 자동차 경주인 국제 언덕 오르기 대회(International Hill Climb)가 열린다. 도로 포장이 잘되어 있지만 차 길 옆은 아찔한 낭떠러지여서 운전할 때 오금이 저리는 곳이다. 경주 도로 구간이 12.42마일인데 156번 방향을 바꾸어 질주해야하는 난 코스다. 그 밖에 정상까지 오르는 마라톤 대회도 인기가 많다. 1956년부터 시작되었는데 2020년 8월 23일에 597명이 완주를 했다고 한다. 남성우승자가 3시간 36분 걸렸고, 여성 우승자는 4시간 25분 걸려 메달을 받았다. 파이크스 픽의 20마일을 한시간만에 올랐다. 정상에는 놀랍게도 넓은 주차장이 있었다. 관광객이나 운전하기가 어려운 분들은 빨간 그레이하운드 관광차를 이용해 정상에 올라왔다. 5월 중순임에도 춥고 눈이 사방에 쌓여있었다. 커피샵과 전시실이 있는 휴게실에 들러 몸을 녹였다. 나와서 사방을 보니 모두가 전망대이다. 주변에는 산림뿐이고 이곳에 오기 전에 들렸던 로크 국립공원의 눈 덮인 산들도 보였다. 코지라는 기차역에서 출발한 기차가 이 높은 곳까지 올라온다. 한바퀴 돌다보니 미국 국가 (America the Beautiful)인 ‘성조기’의 가사가 적힌 탑이 보였다. 법률가이자 시인이었던 프란시스 스콧 키가 이곳에 와서 영감을 받아썼다고 한다. 영어 가사가 잘 이해 안 되어 위키 백과를 찾아보니 4절까지 번역되어있다. 해병대군악대 연주도 들을 수 있었다. 1절 가사에 “그 치열한 전투중에도 우리가 사수한 성벽 위에서 당당히 나브끼고 있는 것이 ..오오 말해주오 그 성조기는 지금도 휘날리고 있는가. 자유의 땅과 용자들의 고향에서!” 미국 국가는 국가 수호를 위해 싸우는 용사의 숭고한 모습을 펄럭이는 성조기로 표현했다. 마치 2차 세계 대전 때 ‘이오지마’에서 미 해병대가 일본군을 몰아내고 성조기를 세울 때 펄럭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역동적이고 감동적이다. 편지를 부칠 때마다 봉투에 부치는 작은 우표 속에서 성조기가 펄럭거리는 것 같다. 그 소리 속에 자유를 수호하고 국가를 지키는 용사들의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하산을 위해 몇 마일 내려오니 공원 직원이 모든 차를 세운다. 어리둥절해하니 안전검사를 한다고 차 브레이크 실린더의 온도를 잰다. 그리고는 내게 브레이크 실린더의 온도가 450F이니 근처에서 30분 정도 주차했다가 100F까지 떨어지면 그때 가라고 한다. 정상에서 불과 몇 마일 하산하면서 계속 브레이크를 밟은 게 과열된 모양이다. 고마웠다. 마침 휴게실도 있어 30분정도 차를 세웠다. 주위에 있는 몇 개의 전시대엔 재미있는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1929년 테산이라는 남성이 코에 땅콩을 넣고 호흡조차 힘든 상태로 이 높은 산을 걸어 올라갔다고 한다. 고산증으로 숨이 가쁜 곳에서 코를 틀어 막다니 별난 친구였다. 그는 21일간 주변의 산을 오르면서 12켤레의 장갑과 3켤레의 신발, 150알의 땅콩을 사용했다고 한다. 다음 얘기는 1995년에 트레시와 친구들이 콜로라도 스프링 심포니 후원금 모금을 위해 무거운 피아노를 끌고 2시간 29분 만에 정상에 도착했다고 한다. 모금이 잘되어 산 정상에 오르는 이런 기금모금 대회가 종종 열리는 모양이다. 페루 여행에서 집에 돌아온 처형내외의 다음 등산 행선지가 궁금했다. 언제 히말리야산을 등산할 것인가? 등산인에게 왜 힘든 등산을 계속 하냐고 물었다. 대답이 산이 있기 때문이란다. 명답이다. 자신이 가보지 않은 다음 단계의 미지의 세계가 궁금한 것이다. 그래서 도전하는 탐험 정신은 인류의 문명을 발전시킨 원동력이 되었다. 오랫동안 갈망했던 것을 이루었을 때 오는 성취감 또한 무엇으로 바꿀 수 없으리라. 우리부부도 다음에 도전할 곳을 의논하기 시작했다. 아내에게 페루의 잉카 문명지인 ‘마추 픽추’가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윤덕환 / 수필가수필 파이크스 년전 처형부부 콜로라도 스프링 국립공원 동북쪽